잡곡이 떨어져서
검정콩만 섞어 콩밥을 한다.
맛나다. 쩝!
입맛 떨어져서 당최 아무 것도 먹고 싶은 맘이 없더니
입 안에서 콩알 씹히는 맛이 고소해서 한공기 해치웠지.
어려서
메주콩 넣고 해준 밥조차 내입엔 달았다.
하물며 완두콩 좌악 흩뿌려진 밥이야 말 해 무엇해.
헤.헤.헤..
입이 따악 벌어져서는
콩알을 일일이 밥그릇 한켠에 따로 골라 모았다.
한꺼번에 입안에 털어넣고 오물거리는,
그 오진 꼴을 보려고 잔뜩 기대하면서..
대충 밥을 다 먹어가면
엄마가
-"왜 콩 싫니? 다 골라냈네"
함시로
한 숟가락에 홀랑 떠담아서 엄마 입 속으로 함뽕!!
속은 무진장 쓰리면서도
그때 왜 나는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지 못했던가몰라.
정말 싫어서 그랬던 것처럼...그냥... 묵묵히... 숟가락을 놓았다.
친절한 엄마는
콩밥한 다음에 일일이 콩을 골라내고 내 밥그릇을 채우셨고
그러면 또 아무 말 없이 맨밥을,
콩이 다 빠져버린 흰밥을,
동생들이나 오래비 밥그릇을 부러운 눈으로 흘금거리면서
그냥 먹곤 했다.
요즘은
미리 물에 담궈 불리지 않은 콩을 넣고
압력솥에 밥을하면
콩들이 밥 위에 조로록 덮힌다.
섞어주지 않으면 아랫쪽 밥알엔 콩알이 안섞인다.
즉,
살짝 위만 걷어내면
내가 좋아하는 콩을
따로 골라모을 필요도 없이 옴시레기 걷어올릴 수가 있다는 말이지뭐.
그런데
편식 심한 아들넘 콩알이라도 먹일려고 듬뿍 떠주고
역시 빼빼한 그 애비 짠해서 또 콩 퍼주고
... 그러고 나면 몇 알 안붙어있다.
...
내 콩!!! 콩!!!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