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늦잠을 잔다.
누가. 아들넘이.
얌마, 인나.
흔들어보다가 내비두고 나온다.
따라나갈께요.
그럼 그래라. 먼저 간다. 밥도 안챙겨주고 출근했다.
(늦잠 자는 넘에게 밥은 뭔 밥?? -ㅎㅎ- 나 엄마 맞아??)
1년 전, 일본에서 합격한 학교 말고 한국의 대학을 다니시겠노라. 포부를 밝혀서
그러시지요. 아무러하시겠어요.
무조건 들어줬다.
제 녀석의 포부와 계획이 얼마나 원대한 지, 얼마나 편협한 지, 또는 얼마나 치우쳐있는 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에 해 봐라. 믿어줬다.
살아보니 어떤 시기도 거저 살지는 않더라.
모든 시기와, 경험과, 생각과, 주변의 인자들이 총체적으로 <나>를 만들고
어느 대목, 어느구석에선가 예전의 얽힘들이 반드시 다시 엮이더라는 생각 때문에
길게 보면 1, 2년 까짖 거 아무 것도 아니다. 돌아 가기도 해 봐라는 마음으로 무조건 그래라. 허락했다.
나름으론 용을 쓰며 매달린 한 해였던가보다.
수시 합격증을 받아놓고서 이젠 수능을 봐보시겠단다.
그래라. 시험에 재미 붙였구나. 보긴 해라. 또 물러선다.
그러면서도 이미 받아둔 합격증 때문인지 긴장이 팍 풀린 꼴이다.
임마. 할려고 맘 먹었거든 제대로 해. 끝까지 성실하게.
근데 이넘이 아무래도 꿍꿍이 속이 있어뵌다,
다시 물을 건너고 싶은가보다.
전화기 붙들고 아빠랑 새살거리는 품새가 그쪽 학교를 다니고 싶다던가 어쩐다던가...
뭐셔? 도로 건너 가?? 우째서??
재수생을 해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던가?
애국자로 잘키웠나보다고 내심 흐뭇했더니만 말짱 도루묵이잖여.
근데 건너가겠다고 설치면 그땐 또 우짠디야??
무조건 존중??....은 조깐 힘들 것 같은디...
팍 윽박질러서 주저 앉혀? 말어?
사정없이 얌전하고 말 잘들어뵈는 넘이라도 아들은 아들인게벼. 휘유!
세상없이 제 앞가림 잘해주는 딸애가 보고자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