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황혼 이혼

튀어라 콩깍지 2005. 10. 20. 22:10

예전

일본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얘기

지금 방영하는 드라마와 흡사한, 황혼 이혼.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대기업 간부 아버지

정년퇴직하니

순종적이고 얌전하던 어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이혼 선언.

 

"나도 주부 퇴직하겠다"는 게 어머니의 주장!

주부 퇴직이라니... 그것참. 속이 다 후련하네.

 

어머니는 다음날부터 혼자 살아갈 준비한다며 말없이 집을 비우고

12시 다 되어 들어와서 오히려 큰소리

일일이 보고해야하느냐는 반문으로 어디 갔느냐는 아버지 말을 단 번에 자르면서

식사도 자기 몫만 달랑.

빨래, 청소, 요리까지 스스로 해결하도록 아주 야무지게 선언하는, 하루아침에 돌변한 어머니.

 

아버지는 서툰 부엌일과 빨래, 청소를 하나씩 습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

쓰레기 버리러 가면, 분리 수거 안됐다고 청소부아저씨에게 혼나고

끓는 냄비 실수로 엎고, 요리 태우고...

 

아버지는  

집안 일 끝내고, 저녁 준비해놓고 

돌아올 아내와 함께 식사하려고 기다리는데

아들, 딸, 아내.. 누구도 12시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늦게 들어온 아내는 식탁을 거들떠도 안보고 휑, 방으로 직행.

 

화장실 청소 하나만도 쉽지 않은 일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막막함도 결코 쉽지 않은 일.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건너뛰고 챙기지 못한, 사소한 가정일까지도

바르고 옳다고 믿는 신념대로 되어지지 않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일들 뿐. 이전에는 알려고도 알지도 못하던 집 안의 단면.

 

딸 가방에서 피임약을 발견한 날 폭발하는 아버지

오히려 마음대로 자기 물건을 들추느냐며 분기탱천하는 딸과

현실적인 경제 문제도 해결못하는 무능한 뮤지션을 사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아버지.

마음이 통하지 않는 부부란 필요치 않다는 어머니는

먹고 사는 게 사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 신중하게 결혼을 생각하는 상대이므로 지켜줘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를 강조하니

성실과 결단으로 앞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해 온 아버지 또한

지난 35년이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어디서 어긋났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홀로 끈 떨어져 외롭고 처량하고 혼란스러운 아버지.

 

아들은 애 있는 여자와 결혼하려하고,

딸은 조금 불량해뵈는 뮤지션과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아버지는 자식에게 결점있는 상대와는 용납할 수 없어 절대 불가를 천명.

당연, 자식들과도 점점 불화.

 

군림하는 아버지와 순종해온 어머니의 모습과는 달리

이미 결혼한 큰 딸과 사위는 반대의 모습

큰딸은 캐이러우먼, 당당하고 자신 넘치는 생활인.

사람 좋은 사위는 그런 아내를 도우면서 가사일을 하는 샌님.

서로 묻은 것 없이, 참는 것 없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므로

오히려 아무런 문제 없는 가정생활.

 

저마다 옳고, 저마다 틀렸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

저마다에게 공감하는 부분들.

 

결국 살아가는 태도와 입장에 교본은 없다

흐르는대로 흐르는 것.

자연스러운 것

도덕이나, 관념이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합하여 사람에게 좋도록 하는 것.

그래야하지 않을까?

필요한 건 필요할 때 말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융통성 아닐지...

 

남편이 섭하게 한 점들을 일일이

날자 시간 붙여서 기록했다가

퇴직하면 이혼 요구하고 주부직도 퇴직한다는 일본의 황혼 이혼.

섬뜩하기도 하다

 

두고 볼 일이다. 

 

꿩, 저만 춥지뭐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