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납북자 메그미상

튀어라 콩깍지 2005. 11. 19. 12:55

아직 단발머리 여학생이

어느날 종적을 감췄다

죽었는 지 살았는 지 알 길이 없다

 

부모라면 억장 무너질 일.

 

추워지면 추워져서, 비 내리면 비 내려서,

따순 밥 보면 그게 또...눈물 밥일 것 같다

 

같이 살면 아웅다웅 의견 틀어져서 말다툼 잦을 지 몰라도,

빤히 아는 곳에 떼어놓은 딸도

어찌 지내나? 먹는 거 부실하지 않나? 날씨 쌀쌀한데 단속은 좀 했나?

시시콜콜 걱정이 되는데

어느 날 증발해버리고 소식이 없다니... 그런 아득할 일이...

 

일본에서

더러 그런 일이 있단다

상당 수가 북한에 납치된 걸로 간주되는..

 

메그미상이 그 중 한 사람이다

여학생 때 납치되어서

지금 북한에 산단다

남편되는 사람이 역시 납치된 남한 사람일 거라는데...

 

심심찮게

메그미상의 가족들과 이웃 사람들.

북한을 비난하고, 납치자 돌려보내라는 집회가 열리고

그때마다 성실한 보도원들은

가족들의 아픔과 한숨과 눈물, 이웃들의 분노와, 용납할 수 없음과 비난을 보도한다

오늘도 한 아줌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흥분했다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분노를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반응을 안보인다는 거다.

 

국가적인 차원의 분노를 전달해야 한다라....

흠...

의미심장..

대체 한국 정부에 국가적 차원의 분노라는 게 있기나하나 몰라.

 

양철판 데워지듯 푸르르 끓던 국민들의 분노가 간혹 표출되기도 하지만

꼬랑지 다 스러지기도 전에 수뇌 회담이니 뭐니 헤헤거리는 화해 무드.

기껏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부당하다.를 전달하는 정도가

끽. 소리 내 본 정도.

 

그보다 훨씬 빈도 낮게.. 1년에 한번이나 두 번 쯤

정신대 할머니들의 항의가 보도될 때 있다

데모하는 모습 잠깐 스쳐가고 이러저러한 집회가 있었습니다. 상황 설명으로 끝.

 

관심 없어 보인다.

 

물론 걷어부치고 나서주는 일본인도 있는 걸로 안다.

자비 들여서 자료 수집하고 자국민의 잘못을 폭로하는 데 열심인...

 

메그미상의 일에는 보통사람들도 가슴 아파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한다

물론 있어선 안되는 일이다.

납치에 의한 생이별이라니.. 이런 원통할 일이... 그런 무자비한 일이...

그런데

전쟁시 끌려간 수많은 한국의 메그미상들, 중국의 메그미상들, 필리핀의 메그미상들,

일생을 망치고, 어느 땅에서 고혼이 된 지 모르는 숱한 영혼들과 일본인이 아닌 원폭 피해자들,

여태 버려진 채 살아있는 수 많은 메그미상들에겐 대부분 관심이 없다.

 

한국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분노해야한다고

요구하는 일본인도 물론 없다.

 

메그미상에 관련된 보도를 접할 때 마다

공평함이 무엇인지 더듬게 된다.

내 손톱 밑에 낀 까시?

남의 심장에 창 박은 채 되돌려받은 내 손톱 밑 까시를

국가적으로 분노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과연 타당한가?? 

 

내 잘못에 한 없이 널널~~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 팍 짜부러진 쫌생이가 되는

그거. 혹시 내 모습은 아닌지....

속이 여간 불편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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