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 따라간 적이 있지. 여러번.
골프하고는 도무지 상상관관이 없지만 순전히 휴양지 삼아서...
기사 노릇도 하고... ^^
그 때 나라 어디에 짱박힌 골프장에 갔을 때도
저 푸른 초원 언덕에 점점히 박힌 통나무 숙소들이 완전 그림이어서
거기 사용한 농약이 어떻고 환경 파괴가 어떻고는 진즉에 냅둬불고 애갱탱이들 속에서
탁구 치고, 볼링하고, 온천하는 재미에 며칠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지경이던 때.
한 점 씩만 집어다 먹어도 올챙이 배가 될 것처럼 다채로운 저녁 부페 식단에서
우리집 애놈이 집어다 먹은 건 야채 한 도막 얹히지 않은, 오직, 닭꼬지. 것도 자그마치 열 두 개.
같이 간 상사의 사모님께오서 그게 그렇게 맛나냐?고 두 개 집어오시더니만
식어빠지고 질겨서 못먹겠다고 밀쳐두시던 그 닭꼬지.
눈발 뚫고 집 나서는 길인데
전화
아침부터 쏟아진 전송 전화 덕에 묶다 둔 짐은 여전히 눈 앞에 널부러진 채라
드디어 만만한 동창녀석에게
"속아지 없이 전화해대는 너 같은 위인들 땜에 짐 묶는 데 진도가 안나간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고시랑거리는데 그통에 또 띠띠!! 띠띠!!
"끊어 끊어. 다른 전화 들어와!"
급히 바꿔 받은 전화는 애녀석 다니던 학원 선생님.
삼촌처럼, 형처럼 쉬는 날이면 애들 모아서 축구도 같이 하고,
배 고파하면 커다란 냄비에 라면 끓여주기도 하고, 시시때때 간식거리까지 챙겨주던,
원장선생님.
애녀석이 방학 한 달을 판판 놀면서 늦잠 퍼질러잘까봐 한달만... 하고 보낸 학원인데
어찌나 학원가는 걸 즐겨하는지(??) 이후로 일본에 들어올 때까지 주욱 놀이터 삼아(??) 다니던 곳.
원장선생님 어머니 댁 아래채 방에서 몇녀석이 시험공부를 하기도 하고
정규 시간 외에도 아주 붇박혀살다시피해서 차암 요상했던 학원.
그 학원 선생님께서 아이구, 글쎄!
아들녀석 좋아하는 양념통닭을 두마리 사들고 눈발 뚫고 달려오신 것.
"렌지에 뎁혀 주세요."
당부까지 잊지않는 선생님의 작은 눈이 그만 뽕 갈만큼 멋져보이더라니..
꼭꼭 눌러 쓴 편지와 전화카드 사라는 당부, 그리고 지폐 오만냥!!
"아니... 뭐... "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 인사도 변변히 못하고 오물오물... 어쩌구 저쩌구...
친구애들이 편지를 모아주기로 했는데 시험 끝나고 학원을 하루 쉬는 바람에 덜모아졌다고
따로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말씀까지 고명으로 얹고
가슴이 따~~뜻~~!
순둥이 아들녀석. 생일 때도 일년 전 같은 반이었던 애들이 모아 보낸 편지 뭉치와
사탕, 선물을 박스로 부쳐받고 한달 간은 입이 귀 밑으로 안내려올만큼 좋아하더니만...
통닭 상자 채 갈무리해서 가방에 묶어놓고 나선 길.
내내 따뜻했던 길.
좋은 친구들 내내 여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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