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남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기계 만지는 거며
전기 따위 조작하는 거며
천성으로 타고 나는 줄 알았지
그런 면에서
울 아버지 만능이셨거든.
내 기억에
오래비 중 1년이었을 때
망치 장도리 톱 하나씩 쥐어주고
판자 몇 장 집어다 주시고는
닭장 만들어라.
하면
우리 오래비 뚜닥뚜닥 하루 나절에
닭장 짓더라구.
전기 공사.. 전파사?? 그런 사람 온 적 없어
아버지가 다 하셨으니까.
누구네나 으례 다들 그런 줄 알았다니까
결혼하고
딸 낳고
거북이가 지 알 딜다보는 것 같다는 울 아버지 표현처럼
날마다 넓덕한 딸 얼굴 딜다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어느 날.
느닷없이
애 얼굴 옆으로
멀쩡하던 형광등이 떨어지면서 파삭!!
얼마나 놀랬던지.. 쓸고 닦고 행여 파편 하나라도 남을까봐...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
여섯달이 지나도록
새 형광등을 안달아주는 거야
옆 방 불 켜놓고 가운데 문 열어놓고 살기를 반 년
내가 사왔지.
못참고
그랬더니 달긴 달아주대.
천정이 아니라
못 박기 쉬운 문짝 위 나무 틀에다 쾅!
전선을 연결하고는 어슬렁 퓨즈를 올리러 가더라구.
팍! 나가고
다시 새 퓨즈 갈아끼워서 스위치 올리면 팍!
온 집안이 통 채 깜깜해져.
세 번 째 퓨즈 연결하고 올리려는 데
설마 설마 하면서도 미심쩍어서
가만있어봐.
스톱 시켜놓고 여기저기 점검을 했지.
했더니
전선 줄 하나만 껍질 벗겨서 형광등 줄 둘을 붙여놨드구만.
합선을 야물게 시켜놨더라니까
허. 허. 허.
펜치 가져다 끊어서 따로따로 연결시키고
퓨즈 넣고 스위치 올리니
그때서야 사방이 환해져.
거울을 하나 달아도
못이 박히다 말고.. 금새 떨어져 깨질 것처럼 흔들흔들..
고맙다. 수고했다 마구 추켜준 다음에
나가기 기다렸다가
망치 집어들고 내 손으로 두 번 더 박아야
못이 흔들리지 않던 거.. 그 버릇 그때 생겼어
속았다 싶더구만.
되돌려보내서 아프터 서비스 받기엔 너무 늦어버렸잖아.
글쎄 쌕색거리는 딸이 보초를 서버려서...
가만 두고보니 무리도 아니야
우리 시아버님
애들 함께 있는 방에선 과일도 못깎게 하셔
애들 저만큼에서 알아서 잘 놀고 있는데도. 위험하다고.
그러니 무슨 전기를 만져봤을 거며
언제 톱, 망치 들고 설쳐보길 했겠어?
형광등 하나 갈아끼울래도 전파사 직원이 납셔서
애들은 옆방으로 피신시키고... ㅎㅎㅎ
아들이고 딸이고
좌우간 내놓고 길러사써.
손만 가면 어딘가 어작이 나버리는 불편을
며느리나 사위에게 감수시키지 않을 거라면.....
펜치는 또 어따 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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