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밟아라 브레이크

튀어라 콩깍지 2006. 1. 6. 22:44

(1)

 

사는 게 애시당초

숙제 해치우기지뭐

때 되면 해내야 하는 과정들

죄다 삶의 숙제였어

유치원 이후부터는 일상이 온통 숙제 투성이였다니까

 

그런대로 무리없이 살아내다가

그만

사는 게 만만해졌지. 나도 모르게.

겁나는 게 없드구만.

뭐든 맘 먹은대로 풀렸거든. 한동안.

 

얼추 나이 들고

안심을 팍 하는 순간

정수리를 내리치더군.

어리버리 정신이 없었어

 

바람 뒤에 폭우

뒤에 쓰나미

뒤에 한파

...

 

그러면서

수긋해지나봐

남의 일 보듯

널널해져서

한파 뒤에 홍수 덮쳐도

그저 필필 웃을 수 있게 되는 거지.

 

이제 남은 숙제는 뭔고?

 

반박자 늦춰.

안달하지 말고.

버거울수록 브레이크를 밟는 거야. 느긋이...

...

...

 

(2)

 

오늘

몇 달만에 남편 사무실에 나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는데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글쎄

부와앙~!

엔진 헛돌면서 차가 멈추어 주지를 않는 거야.

디립다 남편 차를 들이받기 직전에 지멋대로 구르던 차가 간신히 멎었는데

식은 땀 나서 내려다보니

내가

이 넓덕한 발로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대고 있잖아.

신발 문수가 크면 별일이 다 생긴다니까.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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