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뉘집 괭이는

튀어라 콩깍지 2006. 1. 15. 00:08

글쎄 말이야

뉘집 괭이는 전문 안마시술사 못지않게

능란한 안마 솜씨를 뽐내는데

우리 깜이뇬은

그렇게 슬겁지는 못할망정.. 에효!

 

방금 또 빨래 바구리에 튀어올랐다가는 내려앉고 밟고...

 

바구리 엎었다.

 

세수하면 세면대 아래 세워둔 바구리에 올라서서

세면대 짚고 지 얼굴을 내 턱밑에 받치고 서있고

머리 감으면 세면대 옆 세탁기에 올라앉아서 맬겅맬겅 바라보고

혹시라도 바구리 없는 날이면

벌벌벌

내 바짓가랑부터 발톱으로 찍으면서

등짝 타고 기어올라서 

내 어깨에 정좌!

내가 구부리고 있으면

목덜미에 주욱 일자로 걸쳐서 낼름거리고

화장실 가면 화장실 문 열고

욕실에 있으면 욕실 바닥을 지키고

싱크대 앞에 서면 달랑 어깨에 올라앉아 낱낱이 감독하는 녀석.

늘 일하는 나보다 지가 더 서두르고 더 바쁜 녀석.

 

그러니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 바라보거나

호스 타고 물내려가는 소리 듣는 게 

녀석의 각별한 취미 생활인데

그런 녀석도

세면대 물 가득 채우면 내 팔 걷어부치면

벌써 눈치채고 내삐기 바쁘다

 

남 씻는 거 구경하는 건 좋아하면서

지 녀석 씻는 건 질색 팔색 아우성.

물 묻은 발 톡톡 차듯이 물 털어내는 거 보면 허허. 참.

 

아들넘 불러내서 꽉 잡아라 이르고

전용 샴푸 전신에 묻혀 칼칼이 빨아놓는다(?)

귀도 닦고, 얼굴도 씻고

미끈한 목덜미도 싹싹 문질러 거품내고..

꼬랑지, 똥꼬, 앞발, 뒷발, 허벅지...

 

이녀석

아주 뒤로 넘어간다.

숨 넘어 간단다.

캬오오!!

 

내가 추위를 무지 심히 타는 체질이라

괭이도 따뜻하게만 거뒀더니

쫌만 추워도 달달달 떨어댄다. 달달달....

마른 수건으로 돌려 닦고

드라이기로 드르르 말리고

빗기고, 쓸고,..

"아고, 우리 깜이 이뻐졌네...미묘!! 美猫!!"

얼러대다보니

벌써 내 팔에 한다리 걸고 고개 갸웃이 잠들었다.

요뇬! 

 

말 못하는 짐승도

정 붙이면 각별한 것을..

 

모든

나를 아는,

내가 아는,

사람들

평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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