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쨍하고 탱글거리는 햇살이
보자기만큼 거실과 안방에 깔린다.
반가워라...
작업방에 들어갈 엄두는 여전히 안나지만
화구 들고 나올 생각을 한다.
깜이녀석 피해서 공중에 매달고 그림을 그려야하나??
혼자 두고 작업방에 들어가 추위를 견디는 게 나을 것 같다.
퍽! 유화 물감 짚어서 겅정겅정 아무데나 발라버리면 아이고...
그것이 퍼포먼스고 해프닝 작품이 될지언정
우리집도 아니고 세든 집.. 죄 돈으로 변상해야하는... 그 노릇을 어찌 감당혀??
일본은
이사할 때 쥔네의 점검을 받고
긁히거나 어긋나거나 부숴진 곳을 일일이 체크 받은 뒤에
변상해야 한다.
시늉만 변상이 아니라 못자국 하나에 만엔이라할 만큼 변상액이 높다.
우리 돈으로 자국 하나에 십만원짜리 못 박고 살 간댕이는 여간해서 없을 게다
그러다보니 그림같은 거 걸 때도 자국 생기지 않는 걸개용 줄을 사용해야하고
달력을 걸거나 작은 액자 하나 붙이고 싶으면 길이가 긴 압정 못을 사용한다.
벽지, 문 종이 하나 긁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만 한다.
시스템이 그렇다. 자체부터..
대신 필요한 모든 아이디어 상품들이 즐비하다.
대강대강 감수하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처음엔 어이 없었다.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돌아보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아주 미미하게 불편하다 생각했던 걸 해소시키는
아이디어 소품 들이 거의 다 있다.
여하튼 일본에선 새로 이사들어오면
그 전 사람에게서 받은 변상비로 말끔하게 수리해준다.
우리나라처럼 세입자가 험하게 살아서 어작난 곳을
쥔네에게 고쳐주세요..는 안통한다.
국제 이사비..
재주 좋은 사람들은 싸게 잘도 다니더니만
나나 옆지기는 그런 재주라면 아주 꽝이어서 늘상 봉이다.
그러니 어쨌거나 세간을 늘리지 않는 것만이 수다.
나 좀 봐.
어제부터 줄창
아직 당당 멀은 뒷일 걱정을 당겨하고 야단이야
어제의 후렴을 하고 있나봐.
걱정 끝!
깜이가 긁어놓은 기둥이랑, 벽지랑..
빵꾸낸 문 종이랑
까짖 거 변상하지뭐.
그동안 이뻐하게 해준, 마음 붙안아 준 몫이라 하지뭐.
하면서도
그래도 깜이야. 좀 살살 긁어주라. 발톱 자국 안생기게... 또 그러고 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