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하여간에

튀어라 콩깍지 2006. 2. 18. 01:31

한달 반이나 남은 수학여행 준비에 들어간 아들넘.

아니 아들넘이 아니라 아들넘의 학교.

 

실은 학년 시작할 때부터 준비에 들어간 거나 같은..

 

납부금을 할부로 통장에서 매달 떼면서

수학여행 경비도 함께 떼낸 것.

학급별로 여행지 결정은 자율이라 애녀석 반들은 하와이를 가고

옆반은 한국을 간다는구만. ㅎㅎ

 

-"카메라 가져가야겠구나. 엄마 거 가져가... 가방은 아빠 거면 되겠다."

챙겼더니

-"카메라? 필요없어. 다른 애들 찍을 때 찡겨서 찍지뭐"

-('무시기?? ㅎㅎㅎ 내 아들넘은 아니네')

 

내 딸

독일로 음악 캠프 갈 때

36판 필름을 장장 열통 들고갔는데 

돌아온 뒤 뽑아보니 그 중에 딸 얼굴은 딱 두 장.

한장은 와드드 떨어서 뉘가 뉜지 구분이 안되는 상판이고

한 장은 호텔 방에서 누군가 장난 삼아 대충 누르다보니

잘 찍힌 침대 옆에 몸통 반쪽만 나온 딸년이 달랑 얹혀있는...

 

나.

사표내고 들어올 때 후배 왈,

-"이제 누가 우리 사진 찍어주나요?"

애달퍼하던...

내가 떠나는 건 하나도 아쉽지 않지만

내가 없어짐으로써 누가 그리 열나게 자기들 얼굴을 기록해 주겠느냐는 탄식.

요즘처럼 디카나 핸드폰이 드글거리는 때가 아니었으므로...

 

등산같은 거, 혹은 가벼운 여행같은 거 다녀온 다음에

사진 뽑아보면

내 얼굴은 겨우 한 장 있을까말까... 늘상 그랬는데

 

그 누나의 동생이며, 그런 나의 아들넘이 글쎄 

사진기 같은 거 들고가면 맨날 남의 얼굴만 찍고 지 얼굴은 못찍기 때문에

안가져가서

친구들 사진기 앞에서 벌쭉 웃는 역할만 하겠다고... 허.허.허.

 

이넘이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언제 이런 얌체되기 자율학습을 이리 야물게 잘했부렀다냐? 

 

그래도 이넘아 그러는 게 아니야.

너도 친구들 찍어줘야 그 친구들도 겨우 사진 좀 건질 거 아니냐.

더구나 요새는 컴퓨터로 휘릭 날리기만 하면 되는 데 뭐가 어렵다고...

 

흐흐 웃더니

가져갈께요. 한다.

 

받기보다는 줘라.

아까워 마라.

주는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갑절에 또 갑절은 클테니..

줄 수 있음을 즐거워하면서 줄 수 있는 때를 놓치지 마라.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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