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꽃놀이..
꽃놀이라니... 에구구... 공원 벚꽃은 피다말았고
차 밖을 나서는 순간 닥치는 찬바람...
바닥에 깔린 푸른 비닐 위에 무릎 꿇고 쪼그려 앉으니
대번 발목이 딱딱해지는 한기
덜덜덜...
오리털을 입고 가려다가 그래도 꽃놀이인데 그건 너무 심하지.. 싶어서
모직 반코트(거기서 거긴가??)를 입었더니만
와드드드~~~~!!!! 추워 추워 추워!!!
점심 먹어라고 나눠주는 도시락도 싸늘하고
건배하자고 따르는 맥주는 아주 시워~ㄴ!! 하고.. 에구구..밥도 안먹히고 차가운 맥주는 더더욱 입만 적시기는 것조차 싫고...
귀찮아서 세수한 맨얼굴에 로션도 안바르고... 그저 내 눈엔 안뵈니까... 용용하게 갔더니만
추운 날씨에 아주 퍼래져서 거울 안비춰봐도 익히 상상이 가는 꼴이었을테니
늘상 흠뻑 사랑해주셔서(?) 난감하게 만드시는 부인회장님 눈에 또 덜컥 걸렸지뭐.
부인회원들이 모여있는 천막 안.. 일테면 부엌 대용..
마구 손 까불려 기어이 부르시더니 다들 비켜라.. 치워내고(??)... 앉아라... 명령을... ㅠㅠ
거기 엉덩이 붙였다가 쫒겨난 부인회원들이 죄다 나보다
최소 열 살은 많다는 걸 누누이 말했던 바.
어린 것이(크크크) 언니들 일어나게 하고 기중 바람 덜 맞는 자리에 앉아있을려면
그것이 차라리 얼음 물 속에 발 담그고 서 있는 것보다 불편하고 성가스런 자리가 되는데...
하여간에 용량 초과로 총애를 받으면 성. 가. 셔...
거기 앉아서도 덜덜덜... 손가락 시려워 마구 손을 부볐더니
앞치마 두르고 열나게 일 하시던 할머니 한 분..
김치 덜어낼 때 끼려고 가져오신 비닐 장갑을 내 손에 씌워 놓으시고
환갑을 훌쩍 넘기신 민단 사무원할머니가 또 잠바 갖다가 덧씌워놓으셔서
눈사람처럼 동글동글 뚱뚱해진 꼴로 비닐장갑 끼고...
서서 설치는 언니들 곁에 두고 어린 것이(흐흐) 앉아서... 아이구!!
슬금슬금 눈치 보다가
꽃빛으로 얼굴 불콰해진, 어떤 교포할매가
장구 장단에 아리라앙 아리라앙 아라아리이요호오호~~!라거나
노호드을 가항벼언헤 봄 버허어어드으을~~!! 목청 뽑을 때
구경하는 척 슬그머니 자리를 떴지.
여분 도시락을 저녁에 밥하지 말고 먹어라고 또 둘둘 말아 기어이 들려주는 바람에
엉거주춤 그거 들고 공원 내려오다보니
벚나무 아래
모인 봄놀이 가족들...
세상에나 어찌 그리 조용하냐들...
바싹 붙어앉아서 음식 나누면서도
눈 앞에 사람들 모습 보이기 전엔 어디에 모여앉은지도 모를만큼 고요...
방금 전에 일어나 나온 민단 꽃놀이 자리에서만
해방 후에나 불렀음직한 한국 트로트가 빵빵하게 울려대고....
어려서 공원가면 흔들흔들 치마 둘러묶은 할매들이
막걸리 마신 뺨을 꽃등처럼 밝히고
니나노.. 닐리리야 띵까띵까... 난리법썩이던 풍경처럼... 한국인들만 쿵짝쿵짝!!!
그 추운 바람 속에
묵은 그리움을 삭히는지.. 두고온 고국을 즈려밟는지 덩실거리며 춤추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