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단술 한 잔.

튀어라 콩깍지 2006. 3. 19. 23:11

집에 일 있으면 쓰고 남은 막걸리를

설탕 넣어 팍팍 끓여가지고 

달착지근하게 만든 단술....

어른들 옆에서 낼름 받아마셨다가 헤롱롱~! 얼씨구!

딛은 땅이 출렁거리던 기억.

 

그날 내게 단술 먹인 어른들은

울 함미께 걸려서 거진 깨지도록(??) 혼나고

 

울 함미... 평소에 입 따악 닫으면 말 못하는 사람처럼 종일 조용하신 분이셨는데

그래도 집에 일 거들러오시던 아줌마 아저씨들은 말 건네기 어려워하던 위엄이

줄줄줄 흐르던 분이셨는데

그날은 아주 두눈 흡뜨고 펄펄! 어린 것한테 먹일 걸 먹여야지 뭔짓을 했느냐고...

어찌나 버럭 화를 내시던지

가물가물 잠결에도

'와아! 우리 함미 싸납네.. 첨봤네... 몰랐네....흠냐!~~' 했던 기억.

아주아주 조무래기 계집애였을 적 얘기.

 

엄마가 어린 날 두고 학교를 다니셨거든... 대학..

울 아부지 말씀하시기를,

자고로 사람은 배워야 산다고, 배우지 않으면 살아있어도 산 게 아니라고..

애를 둘 씩이나 둔 아줌마 등을 떠밀어 대학에 입학시키고...

그땐 기혼자는 입학도 안되던 때라 다 늙은 노처녀라 속이고...

그래서 오빠랑 나랑은 외할머니 손에서 컸지. 헤롱~!

(워찌하야 그때 마신 술 기운이 시방 올라오는겨??)

 

하!

오늘도 단술을 마셔뿌렀네.

막걸리 냄새 폴폴 나는 그런 향그러운~~! 단술 말고

일본식 단술.

그것도 발효를 시킨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이름도 단술-아마자케-

그냥 달착지근, 약간 텁텁하고 따뜻한 음료.

 

야구 보다가

속이 벌떡거려서 에잇! 꽃구경이나 가자...

핑하니 길 나서서

처음 가본 공원이란 델 찾아갔더니

오모메 추워라~~!!

매화꽃들이 덜덜덜 떨어대고

꽃창포는 이제 싹이 삐죽 올라오는 참이고

연못 위로 바람에 쓸리는 물거죽조차 쓸쓸하고 춥고 을씨년스럽고...

 

창포 꽃이 화들짝 피면... 후화~! 멋진 곳이겠다 상상만하면서

공원이고 꽃나무고 간에 죄다 뒤로하고

냉큼 찰떡 구워파는 가게로 뛰어들어가

난로 옆에서 만화책 읽는 그집 딸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불 쬐면서 마신 음료.

아하~! 따뜻!!

속이 마악 따뜻해질 참에 그집 쥔할머닌지 객인지.

-"오늘 한국이랑 야구.. 이겼어...어쩌구 저쩌구...사부랑사부랑..."

-'윽!!!!'

도로 꾸무럭거려지는 속.

 

붉은색 야채 잎으로 싼 찰떡을 한 잎 먹고 뜨끈한 단술 한 잔 마신 게

체증으로 얹힐 듯이..

 

그래도 우리 선수들

열심히 뛰었고,

우리 국민들 열심히 응원했고... 

 

집에 와서시커먼 짜장밥 볶아먹고

레이스 실 걸어 뜨게질...

 

정신 수양. 정신 수양....수리수리 마하수리... 정신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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