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고물 차 털털

튀어라 콩깍지 2006. 2. 24. 13:57

남의 딱한 사정 들으면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이면서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라도

덜컥덜컥 집어주기 좋아하는

어떤 못말림성 인사가

출퇴근 길 타고 다니는 차를

한 번 빌려탔더니만

오토도 아니고

스틱이 말을 아예 안들어 하마터면 사고 칠 뻔,

등줄기 서늘해진 다음에

할부금도 안떨어진 차를

사겠다는 사람들 죄 물리치고

물 건너오면서 그 친구에게 그냥 줘버린 건

너도 한 번 받고 살아봐라 싶어서였는데

 

자전거 타던 사람 걷는 거 불편하고

차 타던 사람 자전거 불편하듯이

들어와서 걸어다니려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라

자전차를 자가용으로 하나 구했더니만

아들넘이 달랑 뺏어가고

언덕길도 많고 멀기도 한 마트 다니려면

비닐 봉지 봉지 줄렁줄렁 들고 다니기에 손가락이 아주 절단날 듯 아프고

어깨는 빠지기 직전이고

다리도 아프고... 헐떡떡!!!

 

안되겠어서

고물 털털이 차를 10만 엔 주고 샀지뭐.

세금이 또 10만 엔 나오더구만. ㅋㅋ

 

오죽하겄어? 10만엔 짜리 자동차가..

칠 껍닥이 저절로 벗겨지느라

저승꽃 같은 허연 검버섯을 사방 팔방에 달고서

속도 60km만 넘으면 폭발할 듯이 덜덜덜 떨기 시작하고

시동 끈 다음에도 한참동안은 투덜투덜 잔소리를 주절거리는 모양새가

고속도로 몰고 나가는 날이 내 제삿날이다 싶어서

가만가만 시내에서 딱 마트용으로만 몰고 다녔는데

오늘

깜이 밥도 떨어지고

냉장고도 비고

해서

주차장에 나갔더니만

암만 시동을 넣어도 조용~! 고요~! 적막~! 

아예 엔진이 안걸려버려.

 

며칠동안 세워두면서

제대로 안닫힌 차 문을 확인도 안했으니

실내등이 하나 켜져있다가 그만 방전이 된 모양인데.. 에구!

고물이든 어쨌든 유일한 내 발인데 발목이 꺾였네그려.

 

깜이 밥!! 밥! 밥!!

 

마트 가려면 전철타고가서 하안차암을 걸어가서

깜이 밥 사고 그거 보듬고 다시 하안차암을 되짚어 와서 전철 타고 낑낑..

 

허리도 아프고...

그리는 못혀! 못허겄어!

 

못 나가고 도로 들어와서 낮잠 자는 깜이녀석 옆에 앉아서 

에라!! 모르겠다. 

두다리 뻗고 있네. 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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