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사돈집 며느리

튀어라 콩깍지 2006. 3. 9. 19:54

이마가 툭 불거져서

보는 사람마다

 

-"아이고! 고 녀석 참. 백만불짜리 이마네..."

감탄하고는

 

-"씩씩하고 의젓하게 생긴 게 장군감이네!!!" 

초를 팍 쳐버리던

떡애기적 내 딸.

 

(무시라?? 장군감??? 흐미~!)

 

그러면 우리 어머님.

-"뭔 소리라요?? 사돈집 메누리라요!!"

새된 소리로 항의를 하시는데

나 듣기엔 그게 더 섭하드만!!

내집 식구가 아니라 남의집 식구 될 딸아이를 강조하는 것에 다름아니므로..  

 

머스마넘은 야실야실 곱상하고

가스나는 씩씩, 의젓하고..

반죽을 여영 잘못해버린 어매 탓을 해도 어쩔 수 없어. 암사.

 

그런데 어매 탓도 않고

착하디 착하게 잘 자란 딸.

용돈 넣어주니 통장에 장학금이랑 아르바이트비 받은 거 있다고

부득부득 안받겠다 사래질을 치니

옛다 기분이다. 그래도 왔다갔다 차비는 줘야지 않냐... 한 장 더 얹어줬지뭐.  

 

다음에 올 땐 큰 가방 가져 와라.

헐렁헐렁 비워와라. 여기 와서 채워가게...

뻥만 사정없이 틀고

끽해야 멸치볶음 같은 것만 채워 줄 거면서... 

신간선이 다니는 다음 역까지 가방 터덜터덜 끌고 데려다주고는

속이 훼엥~~!! 

샛바람 드는 듯.

 

거꾸로 되짚어 오다가

집 앞 전철역을 그냥 지나쳐서

종점.

끝은 시작이기도 한데...

 

상점가 뱅뱅뱅 돌다가

손가락 길이의 미니 볼펜을 하나 사다보니

뭐가 필요한지 바득바득 물어봐서 챙겨줄 걸... 속이 더 휑~!

 

시집이라도 보내고 나면

숙제 끝!!

오히려 속이 더 편해질랑가몰라.

 

그렇게 헝크러진 속을 하고 일도 없이 헛걸음질 배회하는데 

아들넘.

친구집에서 놀다 왔다고, 엄마 지금 어딨냐고, 전화를 해서

오메! 우리 아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사들고 잰걸음.

 

문 앞까지 달려나온 깜이가

니야오!! 

나 놔두고 어딜 그리 돌아다니는 거야?? 니야오~! 냐옹!!... 볼멘 소리.

 

컴터 켜고 앉으니

무릎 위에 달랑 올라앉아 수면 삼매경!!!

 

어디선가

누구인가

그게 비록 미물일지라도

나를 반기고 필요로하는 생명 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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