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씁쓸한 맛

튀어라 콩깍지 2006. 4. 24. 22:21

입 속 가득

치과 냄새.. 아니 맛

치과 소독약 맛이

종일 입 속을 매캐하게 최음시키는 중...

 

병원 문을 나와서 차에 앉는데

차 폭만큼 떨어진 자리에 온몸 하얀 고양이 한 마리

딱 깜이만큼이나 자란... 딱 깜이 사촌같은 녀석이

지치고 춥고 슬픈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서

그만 내 눈길을 붙잡고

빤히..

빤히..

눈 맞추고 바라본다.

맘이 금새.. 짠해진다.

 

냉큼 보듬어 올 수도 없고

차 안에 나눠줄 먹이도 없고

추워보이는데..

어딘가 병들어 보이는데..

두고 그냥 오려니

겁나게 짠해서

나도 한참 바라보다가

안된다. 책임 못진다. 한국 나갈 때 데려가지도 못한다.

기둥이나 문짝을 깜이 혼자 긁어놓는 것만도 충분히 난감하다.

등등등

온갖 핑계를 찾으며 못 본 척 두고 온다.

 

애서롭다.

 

 

수틀에 몸뚱이 맞추었다가

 

발라당!!

 

으쮸쭈!! 잘 쉬었네!! 

 

간지러운 곳은 문질러서 긁고

 

오빠야, 어디 갔다 왔어??

 

나만 두고 가지 말라니까. 약속해. 언능!!

 

 

 

집에 혼자있던 깜이는

들어오는 내 발치에 따라붙어서

옹알옹알 잔소리 늘어놓다가

가부좌 틀고 앉기 무섭게 내 무르팍 위에 달랑 올라앉아서 

한참 동안을 더

노인네 해소 천식처럼 사부랑 사부랑...어쩌고 저쩌고... 갸르릉거리더니 

몸뚱이 동글게 말고 낮잠 때린다

 

발이 저린데

발목도 저리고 정갱이도 아프고, 장딴지도 불편한데

쌕쌕거리고 자는 게 하도 깊어서

행여 잠 깨울까봐 버팅긴다.... 에고!! 무릎아!!

 

아들넘 들어오는 소리

깜이...번쩍 고개 들고 언제 졸았더냐 싶게

말짱한 표정을 하고는

이에옹! 냐오! 끄앙! 끼이!... 낼 수 있는 온갖 발성은 다 낸다.

 

저, 저 요망한 것이...

 

요즘 매우 맘에 들어하는 수틀 붙들고 놀기 시작. 

 

아이고,

저린 발.. 저 혼자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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